밭에서 무난하지 않은 작물들을 심고, 가끔 주변에 나눠주면 "이거 어떻게 먹어요? " 라는 질문을 받는다. 행간에는 "이 괴상한 것 먹긴 먹을 수 있는 거에요?" 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_- ;
요즘 세대 직장인들이 집에서 밥해먹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다보니, 내가 가져다주는 기화요초(...)들은 시어머니가 가져다주는 김치 10Kg, 된장 5Kg 이런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어서, 요즘은 주변에 나눠주는 횟수는 줄어들고 있다만 아무튼
심는게 목적이다보니 먹는법을 내가 모르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FAQ 비슷하게 정리해보자면
레몬바질

생긴거
레몬바질은 잎이 작고 얇다. (사진 상 두꺼워보인다면 함은정)
일반 스위트바질보다 얇고. 줄기도 하늘하늘하다.
복잡한 구분 필요없이, 냄새를 맡아보면, 아 이게 레몬바질이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다. 상큼한 레몬향과 바질향이 섞여있어서, 허브류 중에 내 경험상으로는 주변 호불호가 가장 없더라.
보관법
바질 계열이 다 그렇듯, 장기 보관이 잘 안 되고, 특별한 규칙 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잎이 검게 변하면서 물러버리는 현상이 있는데, 그게 경험상으로는 특별한 규칙이 없다. 냉장고에 넣으면 조금 나은 것도 같지만, 문제는 가끔 얼 정도로 차갑지 않은 바람을 맞고 얼어버린다는 것 -_; 신문지로 싸본 적도 있고 기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최종 결론은 그냥 일회용 비닐봉지에 대충 넣고 대충 닫아서, 냉장고의 자주 여닫는 칸에 보관하는 것
먹는 법
거의 만능에 가까운데,
서양 스위트 바질과 똑같은 용도로 써도 되고 (샐러드, 피자, 파스타 등)
태국 바질처럼 볶음 요리에 넣어도 되고 (줄기째 듬성듬성 썰어넣어도 된다. 줄기가 연하다.)
덖은 뒤 다져서 버터에 혼합해도 아주 좋고 (-> 이건 스위트바질이나 딜도 꽤 좋음)
동남아 향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 바질은 대체로 좋아하더라
태국바질

생긴거
이렇게 생겼는데 잎 중심으로 자색 물이 들어있을 때도 있고, 향이 독특하다. 맵다고 표현하는 글도 가끔 있는데, 맵다기보다는... 음 바질과 민트가 섞인 향이라고 할까? 설명하기 어렵다.
태국 원어로 까파오 또는 끄라파오라고 하고, 영어로는 홀리바질 또는 시암퀸 바질이라고 한다. (사실 조금씩 미묘하게 다르고 아주 정확히는 나도 모른다. 비슷한 계열의 호라파 등도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산 씨앗은 그냥 "태/국/바/질" 이라고 적힌 게 다라서.)
보관
레몬바질이나 스위트바질과 비슷. 다만 주로 먹는 법이 볶는 것이다보니, 살짝 변색된 정도는 볶아먹는 것에 큰 지장이 없다.
먹는 법
양이 충분하다면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팟까파오무쌉
- 팟까파오 무쌉 (태국 국민요리) : 간 돼지고기와 태국고추(또는 청양고추), 마늘 듬뿍, 느억맘 등 동남아식 생선젓국 (또는 까나리액젓... 통칭 피쉬소스), 넣고 달달 볶다가, 고기가 얼추 익으면 태국바질을 와앙창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어차피 볶기 때문에 줄기나 꽃을 함께 볶아도 큰 지장 없음) -> 백종원 버전에서 태국바질을 못 구하면 시금치로 만들더라. 향이 전혀 다르므로 대용품은 아니지만 식감 자체는 시금치도 말이 된다
- 위의 팟까파오 무쌉의 응용버전으로 돼지고기 대신 닭가슴살이나 참치캔을 넣어도 훌륭하다. (내 취향에는 참치캔이 제일 나았다) .
- 이 볶음에다 나는 오크라, 가지 등 다른 여름채소도 때려넣고, 굴소스 등도 넣는데, 정말 국적없는 맛이 된다.
오크라

생긴 거
만능야채 급인데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미끈거리는 걸 싫어하는 국내 입맛에 호불호가 갈릴지도?
얼핏 고추처럼 생겼는데 고추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
영어로 레이디 핑거(lady finger)라는데 여러 모로 변태같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
주의사항은... 오크라는 엄청 빨리 익는 야채라, 꽃몽우리에서 열매가 살짝 맺혔다 싶으면 사(4)흘 뒤에는 10센티가 넘는 먹어야 하는 사이즈가 되는데, 이 시기를 3~4일만 놓치면 목질화가 된다. 열매의 끄트머리가 손끝에 낭창하게 휘어지지 않고 뻣뻣하면, 그건 먹기 힘들다. 칼질 해보면 칼에 섬유질이 느껴진다.
여기서 몇일 더 지나면 칼이 안 들어갈 정도로 목질화된다. 이거 억지로 칼질하려다 손 다칠 수 있으니, 품속에 지니고 다니며 호신용이나 절개지킴이 용도로 사용하거나, 말 안 듣는 어린이 콧구멍을 찌르는 용도로 이용하거나,,,
또는 이걸 통째로 살짝 삶아서 결따라 찢으면 꽤 굵직한 수수 비슷한 씨앗이 나온다. 이 씨앗을 콩알 또는 옥수수알이라고 생각하고 밥에 넣거나, 볶음에 넣거나, 국에 넣거나 해도 된다.
보관법
특별한 보관법은 없으니 고추 보관하듯이 대충 봉지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
조리법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전역 등에서 매우 흔한 식재료라서 굉장히 여러가지 레시피가 있고, 애호박이나 당근 느낌으로 어지간한 음식에는 다 어울린다. 내 경우는 아무것도 없이 신선한 오크라를 생으로 아작아작 씹어먹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만, 그 이외에도 몇 가지 조리법 키워드로는 "야마가타 다시", "오크라 절임", "루이지아나 검보", "칼룰루/카루루", "오쿠라 토로로", "오크라 오믈렛", "서던 프라이드 오크라" ... 그 중 내가 좋아하는 레시피 몇 개 써봄
주말농장 오크라 재배 대백과
요즘은 동남아 야채는 구하기도 쉽고 씨앗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만 재배 정보가 틀리거나 부정확한 것들이 꽤 많은 편이다. 몇 년 재배해본 동남아 야채는 생각나는대로 재배 요령 기록
sampo.tistory.com
박하

생긴 거
박하는 애플민트와 거의 비슷한 계열의 풀이고, 어릴 때 먹던 박하사탕 바로 그 느낌의 화한 맛이 난다.
보관법
박하/민트 계열은 키워본 사람은 알지만 지랄맞도록 생명력이 강하다. 한 포기 심어놓으면 주변의 어떤 놈과 생존경쟁을 시키든간에 거의 모든 놈들을 다 이긴다. 뿌리는 뿌리대로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새싹을 틔워올리고, 줄기는 줄기대로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땅에 닿은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박하 줄기를 그냥 실온의 맑은 물에 꽂아놓으면 웬만해서는 뿌리가 돋아난다. (다만 허브 계열은 잡초라; 바람이 좀 불어줘야 튼튼하게 자라므로, 집에서 엄청나게 커지진 않더라)
대신에 보관이 바질과 비슷하게 좀 지랄맞은 면이 있다. 검게 멍들고 잎이 망그러진데에 큰 규칙이 없다. 신선한 상태로 오래 보관이 거의 어렵다보니 모히또나 샐러드 등으로 먹는 건 신선한 잎 몇 장으로만 할 수 있는 사치에 가깝고, 나머지 시들은 잎은 말려서 써야 한다. (말리면 향은 오히려 강해진다)
먹는법
키우는게 좋아서 키우지만 먹는 건 좀 서툰 편 (-_-)
사실 나는 라오스/캄보디아 등지의 쌀국수에서 늘 곁들이로 주는 민트를 먹고 싶은데, 여러 종류의 민트를 심어봤을 때 그 맛에 가장 가까운 것이 박하인 것 같다. 쇠고기 수육에다 함께 먹기 나쁘지 않다.
대중적인 방법으로 가장 흔한 것은 말려서 차를 마시거나 (=페퍼민트차), 칵테일에 넣거나 (=모히또), 장아찌에다 살짝 몇 장 첨가하거나, 기름진 고기류의 쌈에다가 한두 장 추가해서 먹으면 좋다.
차조기

생긴 거
조금 고급 횟집 가면 주는 바로 그 풀 맞다.
깻잎과 같은 과이고 잎도 얼핏봐서는 거의 똑같아서 텃밭 이웃들도 말해주기 전까지는 깻잎과 구분하지 못한다.
보관법
보관은 깻잎과 비슷하지만 깻잎보다 조금 빨리 시든다. 물에 잠시 넣어두면 금방 원상복귀됨.
먹는법
회와 같이 먹으면 좋고, 깻잎 넣는 곳에 얼추 다 대신 쓸 수 있는데 (삼겹살 싸먹어도 괜찮다는 글도 봤고...) 습관이 안 들어서인지 그렇게는 잘 안 되더라...
가쓰오부시 넣는 일본음식에는 채썰어넣으면 어지간해서는 향이 잘 어울린다. 오크라를 일본식 장국에 절여놓고 레몬즙과 차조기채를 넣으면 꽤나 훌륭하다.
작년에는 깻잎장아찌와 거의 비슷한 간장/식초/설탕 국물에 좀 절여봤는데, 그 간장을 음식할 때 소스처럼 가끔 쓰기도 한다.
청하에다 모히또처럼 만들어 먹어본 적도 있는데 (청하2/3. 탄산수1/3, 얼음, 짓찧은 차조기잎 두어장) 이거도 꽤 괜찮았다.
펜넬

생긴 거
펜넬로 검색하면 거의 양파만큼 뚱뚱한 이미지샷이 많이 뜨는데, 품종탓인지 재배역량 탓인지 꽤 굵기는 해도 양파만큼 뚱뚱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위로 줄기가 꽤 크게 자란다. 길게는 내 키 만큼... 아이 주먹만한 뿌리 결구 한 덩이라면, 딸린 줄기와 수염은 그 5배 정도는 된다. 딜과 비슷한 계열이라 가까이에 심으면 교잡이 일어나므로 가까이 심지 마라는 경고가 많은데, 둘을 섞으면 어떤 교잡이 되어서 무슨 괴상한 식물이 나올지 매우 궁금하므로 내년에는 같이 심어볼까나 -_-
보관법.... 은 나도 잘 모르겠다. 올해 처음 심어봤는데,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면 양파처럼 보관되는 것 같다.
먹는법... 도 잘 모르겠다 -_-
어지간한 괴상한 향신료는 다 잘 먹는데, 펜넬의 결구 부분은 아직은 입에 맞는 조리법을 발견하질 못했다.
특히나 이게 국내에서 신선한 상태로는 팔지 않고, 마켓컬리에서 냉동 1덩이에 1.3만원인가 얼마인가에 파는 것만 있다는 것을 본 뒤로는 ... 뭔가 비범한 요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샐러리와 양파의 중간쯤인데 향이 좀 있다고나 할까.
-> 생으로 샐러드 : 향이 좀 부담스럽더라
-> 볶아서 양파수프 : 좋긴 한데, 펜넬의 향이 완전히 사라져서 양파와 다를 게 없어진다.
-> 수염 부분은 딜과 비슷하지만 딜 대비 향과 식감이 나쁘다.
-> 줄기 부분을 잘게 다져서 피딴두부에 섞어 먹어봤는데 이건 마늘쫑 느낌으로 오독오독한 것이 나쁘지 않았으나 대량 소비에는 부적절하다.
아 그리고 펜넬의 씨앗이 양꼬치에 뿌려먹는 그 "회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