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의 기록/주말농장 대백과

주말농장 오크라 재배 대백과

by Cyprus 2024. 8. 31.
반응형

 

 

 

 

요즘은 동남아 야채는 구하기도 쉽고 씨앗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만 재배 정보가 틀리거나 부정확한 것들이 꽤 많은 편이다. 몇 년 재배해본 동남아 야채는 생각나는대로 재배 요령 기록해보려 한다.  

 

0. 오크라란 무엇인가 

오크라는 아열대에서 즐겨먹는 야채다. 중국이나 동남아권에서는 볶음요리로, 미국에서는 루이지아나 지역의 검보(수프)요리로, 일본에서는 종류 가리지 않고 여러가지 요리에 넣어먹는 야채로 손꼽힌다. 영어로 레이디 핑거라고 흔히 말하는데, 먹는 것에 아가씨 손가락이라고 부르는 건 좀 그렇다. 오히려 고추(그 고추 아님)와 더 닮았는데, 고추 맛을 생각하고 먹었다가는 괴상한 표정을 짓게 된다. 겉은 아삭한데 속은 씹을수록 끈적하고 미끈해진다. 매운 맛은 전혀 없고, 단맛이 있다고 하는 사람은 있다. 

 

키가 보통은 1.5미터에서 많이 자라면 3미터까지 자란다. 많이 굵은 편은 아니다.

 

1. 심는 법 

 

세네 평짜리 주말농장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토양산도나 배수나 이런 건 별로 안 중요한 것 같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기보다 딱히 뭘 할 방법이 없는 것에 가깝겠다. 측정도구도 없고, 비료 등도 워낙 대용량이라... 그래서 심는 계절, 그리고 직파할 건가 모종을 키울건가 정도만 정하면 된다.

열대작물이라지만 발아온도는 섭씨 20도 이상이면 자란다. 열대지방에서는 계절 관계없이 쑥쑥 자랄거 같다.  

 

경기도 용인 (서울) 기준으로, 4월 중순에서 5월초에 밭에 직파하면 문제 없다.

첫해에는 5월 중순에 파종했는데, 9월이 지나면 날씨가 추워져서 아직 더 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들시들해진다. 이래저래 4월 중하순에 밭에 파종하면 될 것 같다. 첨엔 조심스러워서 포트에 심어서 옮겼는데, 직파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포트에서 키우다가 완두콩 수확이 끝나는 5월말 정도 옮겨심어본 적도 있고, 마찬가지로 큰 문제 없다. 너무 일찍 심는 것보다 따뜻해진 뒤 늦게 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주변을 장악하며 크는 스타일도 아니고, 뿌리도 엄청나게 커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다만 너무 촘촘하게 심으면 수확하기 좀 불편하다. 주말농장 밭은 좁으니 꽃삽 하나 폭 정도 간격을 줬다. 두 줄로 심으면 수확이 편한데, 세 줄로 심으면 나중에 가운데 줄 수확에 은근 손이 간다.  

 

포트에 심어서 집에서 키워보면 물방울 같은 것들이 줄기와 잎에 맺힌다. 환공포증을 자극하는 징그러운 모습이지만 생장에도 지장이 없고 몸에 나쁜 것도 아니라고 한다. 

 

21년 5월 27일.

처음 심는 해에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 지피팰렛에 정성스럽게 심었다. 실내에서 웃자라는 편이고, 국내에서 씨앗 구하기 어렵지 않으므로, 과하게 공들여서 키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리고 열대작물이라는 말에 5월 중순에 심었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다. 4월말 정도가 낫겠다.  

 

 

21년 7월 3일. 씨앗을 심은지 한달 반 정도 지나면 제법 모양이 잡힌다. (이 해에는 조금 늦게 심어서 이제야 모양이 잡히는 중) 

 

 

2022년 5월 1일.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다섯번째 포트가 오크라다. 밭이 좁아서 완두콩과 스위칭을 한다든지 하는게 아니라면 미리 모종을 키울 필요는 없다.  

 

 

 

(2024년 5월 15일. 4월 중순에 심어서 정식한 것들과, 4월 말에 씨앗을 뿌려서 밭에서 자란 것이 섞여 있다.  지 일주일 지나 조금 줄기에 힘이 잡힌 모습) 

 

 

2024년 6월 9일

윗사진에서 이삼주만에, 심은지 한달 반 정도 지난 뒤, 건강하고 반들반들하게 잎사귀가 자랐다.  

 

 

2. 생장 

 

다른 많은 주말농장 작물들과 마찬가지로 심어두고, 검은 비닐로 멀칭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물 주면 잘 자란다. (...)

 

전반적으로 가늘고 길게 자라는 편이다. 낭창낭창해서 장마철 무렵 정도에는 부러지거나 쓰러질 수 있으니, 대략 6월 중순이나 말 정도에 지주대 몇 개 세워서 묶어주는 편이 마음 편하다. 하나하나 세울 필요는 없어보이고 (열매가 무겁게 매달리거나 하지 않음) 양쪽 끝에 세워서 줄로 묶는 정도면 될 것 같다. 

 

2021년 7월 24일 (심은지 2개월 후) . 제법 성장하고 있다. 

 

 

2021년 7월 31일. 아직 키가 작지만 수확할만한 열매가 열렸다. 

 

 

 

 

 

꽃은 꽤 우아하고 아름답다. 무궁화를 닮은 것도 같고. 

 

 

 

2022년 7월 30일

 

 

3. 수확 

 

대략 수확은 심은 시기로부터 70일 정도 이후, 즉 4월 중순에 심었다면 6월말부터 조금씩 수확이 가능하다. 

 

오크라 열매는 생각보다 빨리 자라,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수확 주기는 일주일에 2회다. 사흘에 한 번 정도는 들여다보고 수확해야 한다.

 

만약 주중에 시간이 없어 수확하지 못하면, 주말에는 열 개를 수확하면 그 중 절반 정도는 먹지 못한다. (주로 크고 아름다운 것들이 딱딱해서 안타깝다) 

 

고추처럼 생긴 열매는 많이 자라면 굳기 시작하는데, 이빨은 커녕 칼로 썰리지도 않는다. 식칼로 억지로 썰려면 칼이 튕겨나가 다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적당한 크기에서 수확해야 한다. 

 

 

직접 재배하는 사람의 특권이 크다. 신선한 걸 먹을 수 있는 특권은 물론이지만, 시판 대비 훨씬 큰 오크라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택배로 사먹는 오크라는 신선도도 떨어지지만 대부분 크기가 많이 작다. 농장 입장에서는 딱딱해져서 버리는 것보다 작을 때 수확하는 게 낫기 때문일텐데, 취미로 재배하는 사람은 몇 번 해보면서 어디까지 커지는지를 보면 된다 ㅋ 

 

오크라는 잔털이 많기도 하지만, 맨손으로 수확하면 손이 가렵다. 그리고 잎사귀에 쓸리면 팔뚝이나 종아리가 많이 가렵다. 더운 철이지만 긴팔 입고 작업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다른 작물은 대체로 무시하고 반팔로 하는 편이지만... 오크라는 넘 가렵다) 

 

2024년 7월 27일. 1미터 20짜리 지주대에 맞는 정도 크기로 자랐다. 이 무렵부터 수확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2024년 8월 3일. 반질반질 건강한 오크라가 열리고 있다. 

 

 

2024년 7월 수확물. 반들반들하고 예쁘다. 

 

 

 

2024년 8월말. 내가 손을 뻗어도 수확이 어려울 만큼 키가 자랐다. (2.5미터 정도?) 

잎사귀가 눈에 띄게 가늘어져서 이제 뽑을 때가 되었나 싶은 와중에, 여전히 꼭대기에서 그리고 곁가지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키가 닿지 않을만큼 윗부분을 꺾어서 내버리면, 아랫쪽의 곁가지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2024년 9월 중순. 

너무 키가 커진 오크라를 뽑으려다가, 윗부분을 분질렀다. 아랫쪽에서 건강한 곁가지가 자라고 있고, 곁가지에서 어리고 건강한 열매가 맺힌다. 다만 2024년9월 날씨가 이상고온이었고, 이번주부터 정상기온으로 돌아왔으니 계속 생장할지는 좀 봐야 할 것 같다. 해외자료에서는 오크라의 최저 생육기온이 야간에 화씨 60도 = 섭씨 15도라고 하는데, 다음주 성장 최적 온도는 18도 정도인 것 같다. 

 

 

 

4. 먹는 법

처음 고추처럼 생겨 고추라고 생각하고 아작 했는데 맵지 않고 끈적해서 기겁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고추가 아니라 끈적한 걸 미리 기억해두고 먹으면 괜찮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크라 먹는 법은 생으로 씹어먹는 것이다. 밭에서 갓 따온 오크라를 씹으면, 겉은 아삭하게 부서지고 잠시 씹다보면 끈적한 진이 나온다. 겉바속촉.... 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검색해보면 오크라 겉에 가시나 털이 있어서 잘 씻거나 문지르고 먹어야 한다는데... 난 그냥 먹는다 (.-_-) 가시나 털 때문에 이물감을 느낀 적은 없다. 다만 아이나 와이프는 풋내가 나는지 생오크라는 별로 안 좋아한다. 

 

끄트머리를 만져봤을때 말랑말랑하지 않고 딱딱한 오크라는 조심해야 한다. 열매가 아니라 나무에 가깝게 섬유질이 질기다. 먹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지만, 썰어나보려고 칼로 자르다가, 칼이 튕겨나와 손을 다칠 수 있다.

 

단단한 오크라는 가볍게 삶아서 씨앗을 뽑아낼 수 있고, 씨앗은 밥에 넣거나 국에 넣을 수 있다. 밥에 넣으면 콩밥은 아니고 수수밥 정도의 느낌이다. 

 

 

야채 잘 먹는 분들은 고추나 오이처럼 된장 찍어먹어도 좋다. 

 

볶음 요리는 종류 무관하고 다 넣어도 괜찮다. 

 

오크라-가지 일본식 절임 

가지는 탁탁탁탁 썰어서 기름없이 물러질 때까지 볶고, 오크라는 끓는 물에 1분쯤 데쳤다가 탁탁 썬다. (가지를 볶는 이유는 풋내를 날리기 위해서이고, 오크라를 데치는 이유는 끈끈한 진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참치액, 맛술, 진간장 넣고 찬물을 부어서 냉장고에 식혀서 먹는다. (나는 차조기잎도 곁들였다)   

 

 

네바네바덮밥

낫또에 비벼먹기도 하고 (끈적끈적덮밥인데 낫또의 끈적함이 2배로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살짝 데친 또는 생 오크라를 비빈 낫또에 섞는다. 

 

 

 

참푸르 

오키나와에서는 섞어서 볶는 장르의 음식을 참푸르라고 한다.  볶음 요리는 그게 무슨 볶음이든 다 괜찮다.

다만 빨리 익는 편이기 때문에 맨 마지막 1분 정도에 넣는 느낌으로 넣으면 된다. 

 

아래는 삼겹살에 기름 나도록 볶은 뒤, 설탕 2 액젓 2 간장 1 넣고 각종 텃밭야채 (여주, 줄기콩, 태국바질, 코끼리마늘, 오크라) 넣고 볶은 뒤 마지막으로 레몬 반개 쥐어짜서 완성한 동남아식 볶음요리  

 

 


5. 채종

오크라 채종은 손이 별로 안 간다. 딱딱하게 목질화된 열매를 가만히 놔두면 어느 순간 말라 비틀어지고, 씨앗을 떼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