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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종사자로서 떠들기

국비지원 개발자 이력서 쓰기

by Cyprus 202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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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육칠년간 주기적으로 개발자를 모집하다보면 비전공자로서 국비지원 수료 후 신입 입사를 희망하시는 분들의 이력서를 자주 본다. 간단한 이력만 봐도 절박해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eg. 졸업 후 1~2년 정도 취업에 실패하거나, 전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한 경우, 자기사업을 하는 경우 등) 반면에 이력서 상으로 어떤 변별력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코멘트를 남겨본다. 

 

서류 심사자의 입장에서 

1 - 국비 교육 중 수행한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의 기여도는 큰 변별력이 없다 

이력서에서 교육과정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을 많이 강조하고는 하는데,  

4인 팀플로 수행하는데 본인이 리더십 역할을 맡아 어떻게 했다거나, 클론코딩 프로젝트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기술하거나, 하는 것들은 심사자에게 와닿지도 않고, 검증할 방법도 없다. 

 

2- 국비 교육 결과물 포트폴리오는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교육과정에서 과제 등을 통해서 보통 3~4개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HTML 및 자바스크립트로 한 번, 클론코딩 등으로 한 번, 팀플로 한 번이나 두 번 등등) 

이 과제 결과물에 스크린샷 붙이고 ERD 등 설계문서를 붙이는 포트폴리오를 자주 본다. 

단언하건데 전혀 의미가 없다.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자를 채용하는데, 대학교 전공 과목인 마케팅원론 숙제를 이력서의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3- 국비 전공은 컴공 전공자 대비 기본적으로 열위에 있다  

실제 짧은 시간 동안(6개월) 남들이 2년 이상 전공을 통해 습득하는 지식을 압축해서 배우는 과정은 보람차기도 하고, 또 스스로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그러나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속성으로 기능만 배웠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 선입견은 상당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대학전공자가 4년동안 배우는 것을 6개월만에 마쳤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서 기술교습소를 수료한 것과 같다. 

그러니 플러스 알파가 뭐라도 있어야 한다. (소위 말해서 스펙이다) 

 

이런 이력서로도 운이 좋으면 취업에 성공할 수도 있고, 이후의 커리어가 잘 풀릴 수도 있지만, 확률이 높지는 않다. 그나마 개발자의 실력보다는 인건비로 매출을 만드는 군소 SI 회사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긴 하다. 

 

이런 걸 추가해보면 어떨까  

회사가 신입에게 요구하는 것은 탁월한 역량이라기보다는 기본기와 배우려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물론 배우려는 태도란 얌전하고 책 많이 보고 이런 게 아니라, 평소 얼마나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들이다.  

 

기본적으로 국비 과정 이외에 본인의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보조 자료가 이력서에 포함되면 좋을 것 같다. 실제 내가 국비 과정 수료자의 이력서를 볼 때 관심을 가졌던 것들이다.  

 

1 -  학습 블로그 운영 

별 것 아니더라도 학습블로그를 만들어 꾸준히 작성하면, 그 사람의 관심과 역량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학습블로그를 볼 때면 우선 기록을 남긴 기간을 먼저 보는 편이고, 내용을 하나하나 보기보다는 글의 제목들을 쭉 살펴보는 편이다 .


2 - 깃허브 운영  

깃허브 운영은 학습블로그보다 손이 더 많이 가야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원 과제물 몇 개를 올려놓는 깃허브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 나는 학원 과제물 이외의 개인 학습 이력, 커밋의 빈도나 횟수 등을 보게 된다. 

 

3 - 사이드 프로젝트 

개인 프로젝트 한두 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클론 코딩은 큰 의미가 없어보이고, 본인의 관심 영역에 대해서 (취미도 좋고...) 실제로 돌아가는 프로젝트가 있고, 이 프로젝트가 깃허브에 올라가 있고, 이 프로젝트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얻은 Lesson learned 가 있다면 더욱 좋다.  관심영역은 대중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라면 더욱 좋고. 

 

4 - 특정 한두 가지 기술영역의 깊이 판 흔적 

신입이지만 이걸 해봤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기술요소 한두가지 있으면 좋다. 학원에서 흔히 배울 수 있는 프레임워크 전반 이외에, 추가적인 프레임워크나 미들웨어 같은 것 한두 가지를 면접관 대상으로 썰을 풀 수 있을 수준으로 깊이있게 건드려보는 것.  리액트라든지, 레디스라든지, AWS 의 람다라든지 등등... (

 

5 - 정보처리기사 등의 정부 자격증 

이 자격은 어떤 회사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다. 국비 교육생이 많이 지원하는 분야는 결국 일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또는 중소 SI 회사들이다.

정부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SI 회사에서는 정보처리 기사를 소유한 직원에 대해 정부에서 인건비를 높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충분히 가점이 된다. 하지만 공공 SI를 하는 회사가 아니고 실제 개발역량을 필요로 하는 회사라면 이 자격증은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결국 국비지원과정 이외에 플러스 알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