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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종사자로서 떠들기

서버 포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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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포장이사라는 글귀를 어디선가 보고서 떠오른 추억.

서버의 이사는 개인용 컴퓨터의 이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작업이다. 사실 개인용 컴퓨터 이사도 작은 일은 아니다. 건물 안에서 이사 자주 다녀본 분들은 동의할 것이다.

케이블을 전부 뽑아야 하고, 그 무거운 덩어리들을 하나하나 들고 날라야 한다. 무겁기는 하지만 힘 쫌 쓰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옮겨진 컴퓨터를 셋팅하는 것이 또 작은 일이 아니다. 랜선도 뽑아야 하고 전원도 뽑아야 한다. 옮겨진 자리에는 전원이 모자라서 고생하기도 한다. 간신히 다 꽂고나면 이번에는 컴터 케이블을 이어야 하는데, 키보드 케이블과 마우스 케이블을 헷갈리는 류의 쑈를 한두번 하고 나면 이번에는 IP가 바뀌어서 새로 잡아야 하고... 프린터가 바뀌어서 또 새로 잡고... 등등.

서버를 이사하려면 위에 나와있는 그 모든 일을 다 해야한다. 물론 서버는 민감한 기계이므로, 항온항습기 설치, 공기청정기 설치, UPS(전원유지기) 설치 등등의 대공사들도 해야하지만 그런 건 생략하고라도. 서버가 죽어있을 시간동안 업무 백업, 사용자에게 공지...

그런데 서버를 실어나르는 것도 여간한 일이 아니다. 과거에 내가 일했던 L모사에서 발생했던 사례.

1. 대기업 L사는 몇년전 전산실 이전을 했다. 회사에는 대형 유닉스 시스템과 메인프레임이 있었는데, 먼저 유닉스 시스템의 이전. 꼼꼼하고 정확한 체크를 통해 새 전산실의 준비를 마치고, IP 변환, 재부팅 등의 시나리오도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런 다음 서버를 트럭에 싣고 새 건물에 도착해서 하차시키다가.... 서버가 굴러떨어졌다. 포장이사 냉장고도 안 굴러떨어지는데 용케 서버를 굴러떨어뜨리는 거 보면... 참 IT 업계에는 마가 많이 끼어있는 것 같다. -_; 당시 가격 5억원에 달하는 IBM AIX 시스템은 몇일간의 정밀진단 결과 다행히 별 탈 없이 돌아갔었다는. (IBM 노트북은 밟아도 안 깨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서버도 마찬가지인 모양 -_)

2. 약 보름 뒤, L사는 이사팀에게 강력하게 주의할 것을 요청한 뒤, 회사의 기간계인 메인프레임 시스템 이사에 착수했다. 이사팀도 지은 죄가 있는지라 꽤 고위직까지 나와서 직접 작업을 진두지휘하는데... 메인프레임의 전원을 차단하고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밀어넣는데... 메인프레임이 엘리베이터에 안 들어갔다. 그렇다고 백억원짜리 기계를 피아노처럼 끈에 묶어서 30층 아래로 내려보낼 수도 없고... 결국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을 불러서, 기계를 산산히 분해한 뒤에 전산실에서 다시 조립했다. (기계 한 번 뜯었다가 도로 조립하는데 순조로웠을 리가 없다. 엔지니어들이 하루종일 천당과 지옥을 유람했었다는 후문.)


전산실 이전은 장난이 아니다. 모 통신회사는 전산실을 서울 북쪽 소도시에서 서울 남쪽 소도시로 이전했는데, 전산실 이전 프로젝트에 약 100억원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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