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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의 기록/웹소설 감상

작법서 -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전혜정)

by Cyprus 2025. 8. 10.

총론 (감상) 

독자들의 과거의 독서 경험에 따라 매우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높다. 문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보기에는  실용적인 작법서로 보일 것이고, 문학/창작에 관심있고 정말로 작법 테크닉을 알려주는 실용서를 읽던 사람의 눈에는 이론서로 보일 것 같다. 90년대에 문학 이론을 좀 공부하다 말았던 나로서는 장르문학에 대한 이론서 또는 평론서로 느껴진다.   

 

[작법] 살아남는 이야기의 세계관 - 인물 - 플롯 구조 

세계관, 인물, 플롯을 각각 설정한 다음에 합치려고 하면 이야기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인물을 시간적으로 확장한 것이 세계관이고, 행동으로 확장한 것이 플롯입니다. 

보물섬을 찾는 해적선장을 예로 들어봅시다. 

 

[인물]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은 '결핍'을 메우려는 목적이 있고, 해적선장의 결핍은 보물입니다. 

주인공 선장과 함께 배에 오른 선원들은 모두가 보물을 향한 항해라는 큰 틀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합니다. 

 

1. 어떤 세계 속 주인공은 결핍을 자각하는 순간 결심을 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2. 주인공이 선택한 행동은 사건의 연쇄를 부른다. 이 행동 궤적은 문제 풀이 과정이기도 하다. 

3. 문제의 함정에 빠져 오답을 선택한 주인공의 마음이 무너진다. 주인공 맞춤형 지옥이 펼쳐진다. 

4. 오답도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제풀이에 전념한다. 

5.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6. 드디어 엔딩에 도착한 주인공은 세계관의 질서(작가의 메시지)를 회복하고 결핍도 해소된다. 

 

인물의 결핍은 '아는 맛'이어야 한다. 

- 어릴 때 사랑을 못 받았다 

-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 돈이 없다 

- 성공하지 못했다 

-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싶다 

- 자유로운 생활을 꿈꾼다 

-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 독립하고 싶다 

 

캐릭터는 핵심 상처, 즉 결핍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독특한 패턴입니다. 

 

[플롯] 

플롯은 인물에게 결핍된 해답을 찾아가는 풀이과정으로, 인물은 그 과정에서 성장해야 한다.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나중에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인물이라면, 처음에는 전혀 그럴만한 인물상이 아닌 편이 더 극적이고 재미있다. 

 

만약 처음부터 성격이 그리 나쁘지 않은 인물이라면, 인물의 성장그래프보다는 사건의 변화 그래프에 집중하게 된다. 즉, 밀어닥치는 사건들이 인물을 끌고 가고, 인물 역시 포기하지 않으면서 사건과 함께 성장해간다. 

 

[명대사] 

명대사는 주인공이 가진 결핍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에서 나온다. 

 

[슬램덩크]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에요 "

[베르세르크]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원피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냐?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맹독 버섯 스프를 마셨을 때?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때다!!

 

왕좌의 게임의 난쟁이 티리온 라니스터 

[티리온] 네, 아버지, 저는 유죄입니다. 유죄오, 이것이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지요? 왕을 독살한 것에 대해서는 무고합니다. 제 죄는 더욱 크고 끔찍한 죄입니다. 저는 난쟁이로 태어나는 죄를 지었습니다. (너는 난쟁이라서 재판을 받는게 아니다.) 아뇨, 맞습니다. 저는 그 죄로 평생에 걸쳐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티리온] 내가 평민으로 태어났다면 숲에 버려져 죽었겠지. 하지만 라니스터에서 태어났기에 나에게 기대가 주어졌어. 형에게 검이 있듯이 나에게는 지식이 있지. 검에 숫돌이 필요하듯이 지식에는 책이 필요해. 그게 내가 책을 읽는 이유야. 

 

[예시] 

- 궁수를 준비시켜라 

- 하지만 지금 쏘면 우리편 병사들도 같이 죽게 될텐데요? 

- 하지만 적도 다 죽게 되지. 

 

[예시]

잉크든 피든, 둘 중 하나는 이 계약서에 칠해지겠지. 어느 쪽이든 난 상관없어. 선택은 당신이 해. 

 

[세계관] 

세계관 설정을 그냥 너른 세상을 만드는 일로 오해하면 '세계관 오타쿠'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세계관은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질서가 작동하는 시공간입니다.

 

1) 세계관은 작가의 메시지가 지배하는 절대적인 대전제이자 상벌규칙입니다. 세계관의 질서가 무너지면 독자는 이야기가 당위성을 잃었다고 느낍니다. 

2) 세계관은 주인공이 품은 결핍을 중심으로 창조된 세계입니다. 그래서 마치 드라마 세트처럼 이야기에 필요한 부분만 존재합니다.  

3) 세계관은 첫화에서 약속하고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 온갖 시련을 다 겪어놓고 '아, 꿈이었네'하고 끝내서는 안된다. 

4) 그러므로 세계관을 창조하기 전에 주인공에게 이 세계가 필요한 이유가 충분한지를 보수적으로 점검해봐야 합니다. 

 

[플롯 2] 

앞사건의 결과는 뒷사건의 원인이다. 

한 줄의 인과관계를 따라서 사건들이 벌어지며, 주인공이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을 선택한다.

 

결핍된 대상을 간절히 추구하는 주인공을 어렵게 만들고 방해하는 것이 바로 플롯의 역

- 인디아나존스의 주인공 인디아나존스는 성배를 찾고 있지만 얻기가 매우 어렵다. 

-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는 레아 공주를 구하고 싶지만 구출이 매우 어렵다. 

-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는 집에 가고 싶어 하지만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쉬는 수학 연구가 좋지만 연구자로 살기가 매우 어렵다. 

 

세계관-인물-플롯을 설계하는 6단계 구조 

 

1단계 - 어떤 세계 속 주인공은 결핍을 자각하는 순간 결심을 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주인공의 계획이 드러난다) 

 

2단계 - 주인공이 선택한 행동은 사건의 연쇄를 부른다. 이 행동 궤적은 문제 풀이 과정이기도 하다. 

   (첫 사건을 해결한 결과 더 큰 사건이 벌어진다. 뒷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3단계 - 문제의 함정에 빠져 오답을 선택한 주인공의 마음이 무너진다. 주인공 맞춤형 지옥이 펼쳐진다. 

4단계 - 오답도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문제 풀이에 전념한다. 정답의 힌트는 오답의 뒷면에 있었다. 

5단계 -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것이야말로 세계관의 문제 풀이 규칙이다. 

6단계 - 드디어 엔딩에 도착한 주인공은 세계관의 질서(작가의 메시지)를 회복하고 결핍도 해소된다. 

 

[살아남은 플롯의 6가지 원형] 

원형1. 결핍을 향한 여정 

원형 2. 도플갱어와의 대결 

원형 3. 극적인 성장 

원형 4. 사랑의 덫

원형 5. 운명적 선택 

원형 6. 질서의 회복 혹은 파괴 

 

총평 - 작법서라기보다는 문학창작 이론서에 가깝다. 내가 알고 있던 전통적 문학이론을 저자는 꼼꼼히 소화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특정 장르의 문학창작을 위한 실용적인 테크닉을 제시했다기보다는 여러 장르 (순수문학, 대중문학, 웹소설 등) 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추상적인 이론이다. 

 

 

(장르문학의 특징 : 당위적인 질서, 모두가 원하는 질서가 이야기 속에 구현되어 있다) 

 

인간은 당위성이 결여된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허구라도 추가해서 질서를 부여하죠. 척박하고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세상에도 신의 당위적인 의도가 있으리라고 믿는 간절함이 담겨있습니다. 

 

(p59) 순수문학에 대한 언급 

현실을 굳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때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도대체 왜 존재할까요?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 누군가의 창조 의도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p67 그래서 어떤 이야기는 '당위적 세계관'을 일부러 해체합니다. 시궁창 같은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당위적 세계관이 없다는 사실을 일부러 부각하는 이야기들은 인문학, 사회학, 철학적 성장을 요구합니다. 기존의 신화를 끊임없이 깨뜨려요. 

 

기획된 질서가 있는 세계에서는 사건이 지뢰처럼 터지지 않고 도미노처럼 일어납니다. 

 

우리는 모두 균열이 생긴 창문 옆에 앉은 승객이라는 사실입니다. 창문의 균열을 메울지, 아예 창문을 부술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