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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떠들기

2023년 제주도 3박4일 가족여행

by Cyprus 2023. 1. 14.

1일차 

4시 30분 비행기의 출발이 두 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제주도에 도착하니 일곱시가 되었고, 렌트카를 빌리니 거의 여덟시 가까이. (10~20분 정도 셔틀로 이동해야 렌트카대여소에 도착). 서귀포의 숙소에 도착하니 거의 아홉시가 되었다. 숙소 근처의 이자카야. "이디야" 라는 이름. 커피체인점 이름인디? 관광객은 없고 중년 남사친여사친, 중년 직장인들이 술 마시는 틈에 끼어 간단히 저녁 겸 식사. 

 

숙소는 호텔 휴식 서귀포. 사진은 없음. 주로 올레길 방문객들이 쉰다는 저렴한 숙소였는데 방음이 심각하게 안 되었다. 옆방에 남녀가 투숙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얼른 불 끄고 자자고 아이를 재웠다. 역시나 우리가 잠든 직후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2일차 

제주도를 서너 차례 오긴 왔는데, 회사 워크샵 또는 접대차 오는 자리라서 제대로 즐긴 느낌은 없었다. 

 

삼사십년 전 어렸을 때 멀미를 하는 나만 두고, 다른 가족들이 제주도를 다녀온 일이 있었다. 그 때 기념품으로 돌하루방이니 물허벅이니 잔뜩 사온 중에, 제주도 경치를 볼 수 있는 물건이 있었다. 대체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는데, 요즘의 오큘러스 3D 마스크와 쌍안경의 중간쯤으로 생겼고, 레버를 누르면 속에 들어있는 네거티브 필름이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돌아가서, 제주도의 경치를 총천연색;;;으로 보여주는 그런 물건이었다. 거기에 제주 10경이 아마도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정방폭포, 마라도, 서귀포의 귤, 성산일출봉, 머 이런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 마침내 가보게 되는 천지연 폭포가 감회가 새롭다. 내 기억과 심상 속 천지연 폭포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거대하고 옛스러운 광경이었는데, 현실의 천지연 폭포는 진입로를 깔끔하게 정비하고 현대 감각으로 돌하루방을 세워둔 예쁜 공원이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시장 내 몇 개의 떡집에서만 판다는 감귤 모찌는, 찹쌀떡 속에 귤을 넣은 것인데 상상이 잘 안 되는 맛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여사국수".  고기국수. 각 지역별 별미 음식 중에서 현지인이 즐기는 것도 있고 관광객이 찾으면서 유명해진 것도 있는데, 고기국수는 관광 때문에 유명해진 느낌이 있다. 속초 특산물 씨앗호떡 같은 것인데 그냥 알면서 속아준달까... 하는 기분으로 고기국수를 먹는데 의외로 맛이 독특하다. 국물은 돼지뼈육수 같은데 느끼하지 않았고 고기는 구운 것도 아니고 삶은 것도 아닌 느낌이었는데 고기국수가 일반적으로 저런 것은 아닐 듯 하고 그냥 그 집 특색인 듯. 

 

 

제주 감귤 박물관 

박물관이라고는 하지만 식물원, 귤따기 체험 등 놀 꺼리가 제법 있었다. 

 

 

 

녹차미로공원. 제주다원녹차밭인데 녹차를 미로처럼 심었다고 한다. 꽤 오래된 곳인 듯 한데 겨울이라 손님은 우리 뿐이었고, 입구 매표소에는 외국인 직원 혼자 앉아 있었다. 미로는 여러 곳이 있는데 난이도가 꽤 높았다. 미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고, 오히려 손님이 없이 호젓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숙소는 애월스테이인제주. 1박 20만원 정도인데 깨끗하고 좋았음. 

 

저녁식사는 회정식 중짜던가... 아마 1인당 3만원 정도였을거고. 당일바리 회인데 오늘은 무슨 회인지? 를 물었을 때 점원의 답변이 발음이 살짝 뭉개져서 방어였는지 광어였는지 헷갈렸다.  나는 광어로 듣고 마눌은 방어로 들었는데, 먹는 내내 이게 과연 광어일지 방어일지 검색도 하고 사진도 찾고 ... 하다가 나중에 다시 한 번 물어보니 잿방어와 광어가 섞여있는 상태였나보다. 연어나 참치쯤 되야 구분하지 나머지 생선은 다 그게 그거 같아 -_- 

 

 

 

3일차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여러 모로 감동의 도가니탕이었지만 한편에서는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는 생각도 들었다. 두 시간 가까이 구경했다. (게임 하느라 오래 걸림) 

 

 

점심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식당. 전복성게미역국. 관광상품이라기엔 소박한 맛이었다. 오히려 요즘 식당표 미역국들이 참기름탕에 가까운 상황에서 훨씬 소박한 가정식 맛이랄까. 재료가 비싸다보니 음식값은 비쌌지만.  

 

이호테우 해변. 하와이 어디에 있을 듯한 이름이다 ;; 

 

 

성수동 감성의... 폐가 내부를 개조한 카페. 적당히 아무렇게나 들어갔는데, 커피도 괜찮고, 간단한 제빵은 손수 하시는 듯. 관광지는 음식이든 뭐든 값만 비싸다는게 옛날 말이고. 값이 싸진 않지만 그냥 서울 물가 정도인 거고, 질은 오히려 같은 값을 내고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 나은 느낌이 있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한라산

 

 

도치돌 알파카 목장. 내가 기억하는 알파카와 생긴 것 + 하는 짓이 좀 다른데... 들장미소녀 캔디 같은 눈망울을 하고 있지만 먹이를 향해 괴수처럼 덤벼든다. 여러 마리가 몰려들어 먹이경쟁이 일어나면 침을 뱉는다고 한다. 들장미소녀 캔디 같은 눈망울인 주제에 침을 뱉는다니... 

 

 

내 기억속의 알파카는 조금 더 순둥순둥 해야 하는디... 

 

 

어처구니가 없었던 테디베어박물관 "테지움" 

어처구니가 없었던 이유는 진짜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니까 아기자기한 곰돌이 인형들을 전시한 핑크핑크하거나 유아틱한 전시장을 기대했는데 짐승 실물크기 테디베어로 사파리를 꾸며놓질 않나, 실물크기 테디베어로 중세 왕실의 파티장을 재현하질 않나... 

 

해성도뚜리라는 식당에서 흑돼지 오겹살. 오겹살은 그냥 오겹살 맛이었던 것 같고(잘 기억 안 남) 토마토해물짬뽕이라는 게 꽤 맛있었다. 해물맛보다 토마토맛 중심으로 기억이 난다. 

 

 

다음날 과자띠기를 주렁주렁 사들고 아침 비행기로 귀환. 제주도 한정품이라는 과자들이 꽤 먹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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