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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IBM, Google 등 글로벌 IT 업체의 한국어 번역 - 2

by Cyprus 2007. 7. 29.

글로벌 IT 업체의 한국어 번역이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 시중의 서적들과 비교해볼 때 결코 잘된 번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잘된 번역이란 무엇인가?

IT 소비자에게 있어서 잘된 번역이란, 우리말처럼 매끄럽고 의미 전달이 분명한 번역이다.

그 런데 IT 기업에게 잘된 번역의 정의가 약간 다르다. 그리고 하청 번역 회사로서는 그 정의가 전혀 다르다. 이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자. 방대한 분량의 윈도우 XP 전체를 한국어로 번역하고자 한다. 화면 메뉴로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양의 도움말과 에러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책으로 치면 20 권의 거질이다. 이 20권을 번역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딱 3개월. 자, 일이 어떻게 돌아가게 될까?
 
IT 기업 : 비전담 담당자 1명
하청 번역회사 : 전담 담당자 2명
 - 1명 : 관리자로서 행정을 담당,
 - 1명 : 번역의 내용 및 품질 담당
번역 담당 프리랜서 : 20명

이 런 식의 팀이 구성된다. 아주 당연하게도 저 20명은 별의 별 인간들이 다 모인다. 중학교 수준의 영어실력으로 번역하려는 사람, 중학교 수준의 국어실력으로 번역하려는 사람. 물론 번역회사에서도 기본적인 필터링은 하지만, 아무튼 납기가 생명이기 때문에 때로는 수준 미달의 사람을 뽑아야 할 일도 생긴다.

이런 사람 20명이 제각각 만들어낸 결과물을 하나로 모으면 뭐가 나올까? 아주 볼만한 것이 나와버릴 것이다. 같은 용어를 다르게 번역하고 오역도 많을 뿐더러, 그냥 한 문단씩 뛰어넘어가면서 번역하기도 할 것이다. 고의로 그러는 사람도 있고 실수로 그러는 경우도 있을꺼다.

이걸 품질관리자가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 확인 절대 안 된다. 스무명이 싸갈기는 똥을 한 사람이 치우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스무명이 제각기 용어를 다르게 번역하게 되면 품질관리자 스스로도 전체 의미를 통합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Windows XP 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윈도우 XP, 윈도우 엑스피, 윈도우즈 XP, 창문 XP(이런 사람 분명히 있다) .... 고유명사조차 이럴진데, 기술용어들로 들어가면 끝도 없다.

물론 번역자에게 가이드북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윈도우즈에 나오는 수많은 기술용어들을 가이드북에 싣자면, 가이드북이 번역물보다 두꺼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_;

결국 IT 소비자가 말하는 좋은 번역이란 정성적으로 좋은 번역인데,
IT 번역 업체에서는 정성적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정량도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인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그 다음편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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