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 쓰던 길에 뒤에서 좀 더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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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비문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말이라기에는 어딘지 이상하다.

첫 번째 문장. 번역어 티를 팍팍 내고 있지만 (수익을 창출하세요... 같은 표현은 참 어색하다) 아무튼 의미는 명확하게 전달된다. 저 문장의 원문은 Generate revenue from your website with Google Sense 이다.

두 번째 문장. 저건 뭘 전달하고자 하는지 불분명하다. 저 문장은 전형적인 트라도스식 번역이라고 느낀다. 저것은 살아있는 우리말이 아니라, 볼썽사나운 직역이다. 영어권에서는 저런 식의 표현을 많이 하지만, 우리말로 옮길 때는 <사진을 다듬고 선명도를 높여 당신의 사진을 돋보이게 하는 구글 패키지를 무료로 다운받으세요> 정도로 하는 것이 낫다. 두 문장을 통합하지 못해서 저렇게 어색한 우리말이 되었다. 영어 원문은 이렇다 : Crop, sharpen, make pictures pop. Get the free Google Pack.

세 번째 문장. 그나마 앞의 두 문장보다는 조금 낫다만, <향상된 웹 브라우징을 경험하세요> 라는 말은 곱게 봐주기 어렵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더욱 즐겁게 웹을 브라우징하세요> 또는 <더욱 즐겁게 웹을 즐기세요>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또한 과거 용례를 바탕으로 번역하면서 이렇게 되었다고 느끼는데, 앞으로는 개선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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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천포_
개판번역

열명 또는 스무명이나 되는 프리랜서들이 제각기 수행하는 작업의 발란스를 어떻게 맞출까?
용어는 어떻게 통일하고, 문장 빼먹은지 안 빼먹은지는 어떻게 검사할까?
그러니까, 정량적인 품질 기준을 어떻게 맞출까?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사용된다.
여러가지 솔루션이 있겠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트라도스 태그 에디터(TRADOS Tag Editor)이다.

트라도스 솔루션을 이용한 번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번역과 꽤 다르다.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간단히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면

1) 태그에서 끊어야 한다.

조악하게 예를 들자면 [Click right button when you see the new popup] 이라는 문장이 있다.
이것은 우리말로 [팝업이 나타나면 오른쪽 버튼을 누르십시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에 트라도스 에디터에서 [Click right button <Tag> when you see the new popup] 이라고 되어있다면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태그에서는 문장을 끊어야 한다. 어순을 바꿀 수 없다. 그러니 1) [오른쪽 버튼을 누르십시오. 팝업이 나타난 상태에서] 라고 번역해야 한다.
번역 솔루션에서는 문장의 통합, 어순의 치환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 태그에서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당연히 우리말이 개판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이 안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발악한다면, 2) [오른쪽 버튼을 누르십시오. 단 팝업이 나타난 창 위에서 눌러야 합니다.] 라고 번역해야 한다.
그런데 2) 번처럼 번역하면 빠꾸먹기 십상이다. 왜 그런가?


2) 과거의 번역 결과를 준용해야 한다.

번역회사는 개개인의 번역자의 능력에 큰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과거 MS(등의 물주)에서 번역되었던 선례에 신뢰를 보낸다.
지난번 만큼만 한다면 욕은 안 먹기 때문이다.

지난번의 결과물은 솔루션에 DB 형태로 구축이 되어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예를 들면
[Click right button <TAG> when you see the new popup]
이라는 문장을 번역해야 하는데, 작년에 홈페이지 번역 시에
[Click right button] 이라는 똑같은 문장을 [어른쪽 바톤을 누르십니다.] 라고 번역해서 납품되었다고 한다면
(그리고 저 오타까지 다행히도 통과가 되었다고 한다면)
트라도스에는 자동으로 [어른쪽 바톤을 누르십니다] 라는 문장이 초록색으로 떠오르게 된다.

문장 내 단어의 유사성에 따라 초록색 대신 빨간색, 노란색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번역 프리랜서들은 저 초록색으로 번역된 문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100% 동일한 문장에 대해서 과거의 선례를 따르지 않는 것은 썩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들자면, 윈도우 비스타를 번역할 때 처음부터 하느냐? 그렇지 않다.
윈도우 XP의 번역 결과를 DB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번역한다.
똑같은 문장은 다시 번역하지 않는다.
구글 애드센스 2.0 웹페이지를 번역할 때 맨땅에서 하느냐? 그렇지 않다.
과거 구글의 모든 한글 홈페이지를 DB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번역한다.

결국 오타가 있어도 고치지 않고, 틀린 것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 비문이 있어도 고치지 않고, 말이 안 통해도 고치지 않는다. 안 고쳐도 될 뿐만 아니라, 고쳤다가는 월급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글 로벌 기업의 한국어 번역이 개판인 이유는 결국 여러 사람들이 제각기 표준을 지키면서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사실 번역은 쉬운 일이 아니고, 좋은 번역자를 구하기는 의외로 어려우며, 표준을 지키면서 번역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 고충은 나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사용자를 대면하는 최전선에 있는 것이 번역인데.
솔루션 문서 같은거야 좀 그렇다고 치더라도, 최소한 웹사이트의 안내문구 같은 것들은 전문 번역자 또는 정상적으로 우리말을 하는 사람의 윤문 과정을 한 번 거치는 것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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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천포_

글로벌 IT 업체의 한국어 번역이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 시중의 서적들과 비교해볼 때 결코 잘된 번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잘된 번역이란 무엇인가?

IT 소비자에게 있어서 잘된 번역이란, 우리말처럼 매끄럽고 의미 전달이 분명한 번역이다.

그 런데 IT 기업에게 잘된 번역의 정의가 약간 다르다. 그리고 하청 번역 회사로서는 그 정의가 전혀 다르다. 이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자. 방대한 분량의 윈도우 XP 전체를 한국어로 번역하고자 한다. 화면 메뉴로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양의 도움말과 에러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책으로 치면 20 권의 거질이다. 이 20권을 번역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딱 3개월. 자, 일이 어떻게 돌아가게 될까?
 
IT 기업 : 비전담 담당자 1명
하청 번역회사 : 전담 담당자 2명
 - 1명 : 관리자로서 행정을 담당,
 - 1명 : 번역의 내용 및 품질 담당
번역 담당 프리랜서 : 20명

이 런 식의 팀이 구성된다. 아주 당연하게도 저 20명은 별의 별 인간들이 다 모인다. 중학교 수준의 영어실력으로 번역하려는 사람, 중학교 수준의 국어실력으로 번역하려는 사람. 물론 번역회사에서도 기본적인 필터링은 하지만, 아무튼 납기가 생명이기 때문에 때로는 수준 미달의 사람을 뽑아야 할 일도 생긴다.

이런 사람 20명이 제각각 만들어낸 결과물을 하나로 모으면 뭐가 나올까? 아주 볼만한 것이 나와버릴 것이다. 같은 용어를 다르게 번역하고 오역도 많을 뿐더러, 그냥 한 문단씩 뛰어넘어가면서 번역하기도 할 것이다. 고의로 그러는 사람도 있고 실수로 그러는 경우도 있을꺼다.

이걸 품질관리자가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 확인 절대 안 된다. 스무명이 싸갈기는 똥을 한 사람이 치우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스무명이 제각기 용어를 다르게 번역하게 되면 품질관리자 스스로도 전체 의미를 통합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Windows XP 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윈도우 XP, 윈도우 엑스피, 윈도우즈 XP, 창문 XP(이런 사람 분명히 있다) .... 고유명사조차 이럴진데, 기술용어들로 들어가면 끝도 없다.

물론 번역자에게 가이드북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윈도우즈에 나오는 수많은 기술용어들을 가이드북에 싣자면, 가이드북이 번역물보다 두꺼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_;

결국 IT 소비자가 말하는 좋은 번역이란 정성적으로 좋은 번역인데,
IT 번역 업체에서는 정성적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정량도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인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그 다음편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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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천포_
일단 아래의 번역문들을 한 번 읽어보자. 대표적이고 가장 잘 나가는 IT 기업인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의 홈페이지 및 도움말에서 긁어왔다.

귀 하의 웹사이트에서 수익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사이트 방문자에게 더욱 유익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해 보십시오. GoogleAdSense™는 귀하의 사이트와 사이트 콘텐츠를 정확히 타겟팅하는 문자 광고 및 이미지 광고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광고는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로 귀하의 사이트를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입니다. 또한 검색을 위한 AdSense를 사이트에추가하실 경우 AdSense는 검색 결과 페이지에도 타겟팅된 광고를 제공합니다. AdSense를 통해 추가 비용 없이 최소의노력으로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GOOGLE)

2005년 에너지 절약 정책 조항은 2007년부터 서머타임(이하 DST)를 4주간 확장 시행하기로 하였으며, 이 변경으로 인해 몇몇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들이 날짜와 시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새 로운 DST이 적용되는 나라(U.S., Canada, Bermuda)의 시스템 및 어플리케이션은 날짜와 시간 처리에 영향을받게 됩니다. DST와 연관이 없는 나라의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이 새로운 DST 규칙을 따르는 국가와 연관되어 사용자,트랜잭션들, 어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면 이에 대한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케쥴링이나 동기화 문제는 다른 나라와의트랜잭션과 관련된 날짜 체크, 타임 스탬프를 찍을 때 등 어플리케이션에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시간과 연관성이 많은기능들은 이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IBM)

Netscape Navigator에서는 책갈피라고 하는 즐겨찾기를 사용하면 자주 방문하는 웹 페이지를 정리하고 연결하기 편리합니다.

Internet Explorer는 모든 Netscape 책갈피를 자동으로 가져옵니다. 즐겨찾기 메뉴에서 Imported Bookmarks 폴더를 클릭하면 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컴퓨터에서 Internet Explorer를 사용하면 즐겨찾기 항목을 가져와 컴퓨터 간에 쉽게 즐겨찾기 항목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Internet Explorer와 Netscape Navigator를 모두 사용하는 경우 두 프로그램 간에 즐겨찾기와 책갈피 항목을 가져와서 최신 항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




의미가 통하기는 하지만, 사실 매끄러운 우리말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모자란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을 보자.

귀하의 웹사이트에서 수익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사이트 방문자에게 더욱 유익한 온라인 경험을 제공해 보십시오.

DST와 연관이 없는 나라의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이 새로운 DST 규칙을 따르는 국가와 연관되어 사용자,트랜잭션들, 어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면 이에 대한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첫 번째 문장은 <온라인 경험을 제공해보십시오> 같은 도무지 요령부득의 우리말이 있고, 두 번째 문장은 사실 저 문장 하나만 놔뒀을 때 정확히 의미파악이 불가능하다. 나는 빙산의 일각을 지적했을 뿐이지만, 이들 싸이트를 돌아다니거나 해본 분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저 어색한 문체들 말이다.


흔히들 구글, IBM, MS 등은 왜 한글판 번역 품질이 이따위일까? 한국을 무시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원가 절감을 위해서 번역기를 돌린 것일까? 돈이 없어서 싸구려 번역자들을 쓰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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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천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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