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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종사자로서 떠들기/크립토 종사자로서 기록

코인의 종류 - 이게 다 뭐하는 코인일까

by Cyprus 2024. 3. 9.

처음 코인 투자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업비트 창을 열고 한동안 당황하게 된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은 뭔지 들어봤는데, 업비트 창에 너무도 많은 종목들이 거래되는 것이다. 이름도 낯설다. 시바이누, 스토리지, 이더리움클래식, 솔라나, 이캐시, 메디블록, 썸씽... 한두 종목 검색을 해봐도 얼른 와닿지 않고, 이해도 안 되면, 그 다음에 누구나 한 번씩 해보는 것이 있다.

 

1. 제일 변동성 높게 왔다갔다 하는 코인을 일단 사고 보기 

2. 이름이 맘에 드는 종목 10개 골라서 대충 무지성 투자 (이 중 한개가 갑자기 100배 오르지 않을까...) 

 

나도 1번, 2번 다 해봤고 2021년 불장 당시 그렇게 했던 종목들은 지금도 -85%, -70%.... ㅠ 

 

다시 불장이 찾아오는 중이라 코인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도 알고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나 사업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하지만, 본질적으로 기술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기술을 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찾아봐도 얼른 알아듣지 못할 설명들이 많다. 

 

한편으로는 테마 중심의 설명은, 마치 주식시장의 급등주 테마에 대한 설명처럼 보인다. 정치 테마주처럼 실제로 별 연관도 없으나 투자 심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경향성이 강하다. 

 

그래서 코인에 대해서 알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몇 가지 썰을 풀어본다. 가급적 기술용어 없이 주식투자를 좀 해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수준으로 해보려 한다.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비유한다. 그 자체로는 활용성이나 내재가치가 전혀 없다. 이런 속성은 금과 거의 비슷하다. 금의 장신구나 산업재로서의 가치는 실제 거래가격의 1/100 이하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니면 화폐와도 비슷하다. 다만 국가기관의 지급 보증이 없는 대신, 아주 잘 설계된 알고리즘에 의해 발행/소유/지급 등이 보장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전체 코인 시장에서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비트코인은 대부분의 정부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운 편이라서 자산운용사, 은행, 금융사 등이 취급할 수도 있다. 

 

<밈 코인 - 비트코인 유사품> 

비트코인처럼 쓸모는 없지만 사람들의 믿음이 가치를 만든 경우들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밈 코인(Meme Coin)이다. 일론 머스크 때문에 유명해진 도지코인(Doge), 도지를 패러디해서 등장한 시바이누(SHIB), 서양에서 유명한 밈인 페페(Pepe) 등이다. 

 

이런 코인들은 별 가치가 없지만 고가에 거래되며 비트코인보다 하위 시장을 형성한다는 면에서, 수집품들의 거래시장과 비슷해보인다. 보통 코인 거래 시장에서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다. 밈코인의 가치가 폭등하면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주변 코인 > 

비트코인은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기술용어/업계용어로 하드포크(Hard-fork)라고 하는데, 화폐개혁과 비슷하다. 화폐를 개혁하면 구권과 신권이 발생한다. 현실 금융에서는 화폐가 개혁되면 구권을 사용할 수 없는데,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구권을 금지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구권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사용하는 구권들이 비트코인캐쉬(BCH), 비트코인SV(BSV), 비트코인골드(BTG), 이캐시(XEC) 등이다. 

 

한편 그 자체로 아무 쓸모도 없는 비트코인을 기술적으로 쓸모가 있게 만들려고 하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려면 길어지므로, 스택스(STX), 오디널스(ORDI) 등이 있다는 정도로만 하겠다. 

 

<이더리움> 

이더리움은 월드 컴퓨터라고 자주 표현된다. 아무 쓸모없으나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어서 가치가 생긴 비트코인/금과 달리, 이더리움은 그 자체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컴퓨터의 역할을 하며, 블록체인의 인프라 역할을 한다. 

 

다만 이더리움 그 자체는 특정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은 범용 컴퓨터, 또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AWS) 등에 가깝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다른 다수의 개발회사들을 위해서 컴퓨터 인프라를 제공하며, 인터넷 쇼핑회사, 게임회사, 인터넷포털 등이 각자 자신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사용한다. 

 

이더리움 또한 마찬가지다. 흔히 스마트 컨트랙트, EVM, 등등의 기술용어가 난무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전체 코인 시가총액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합치면 전체 시총의 2/3이 넘는다. 

 

아래 이더리움 계열의 코인들은 나스닥의 주요 기술주, 특히 기술 플랫폼이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술주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더리움의 대체제 (인프라 코인) > 

이더리움은 잘 설계된 월드 컴퓨터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10년 가까이 옛날에, 그리고 아주 초창기에 나왔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고,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더리움의 대항마, 이더리움 킬러, 이더리움의 대체제 등을 주장하는 코인들은 예전부터 많이 등장해왔다. 

 

이들은 이더리움보다 더 나은 방식의 컴퓨터 인프라라고 주장한다. AWS의 후발주자로 나선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구글 클라우드, 알리바바 클라우드, KT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이런 사업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코인들로는 

- 약간 오래된 것들로는 이오스(EOS), 스텔라(Stella), 카르다노(에이다ADA), 인터넷컴퓨터(ICP), 헤데라(HBAR)... 

- 조금 더 최신 프로젝트로는 솔라나(Solana), 아발란체(AVAX), 앱토스(Aptos), 니어프로토콜(Near) 등이 있다. 

 

코인의 본 고장(이라기보다는 금융의 본 고장) 미국에서는 이런 프로젝트들이 주로 크게 인정을 받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코인들이 많다. 이들은 보통 빠른 처리속도(tps), 낮은 처리비용, 더 나은 사용성, 보안성 등을 자랑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어떤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아직은 AWS의 아성을 무너뜨린 적이 없듯이 이더리움 킬러로 등장한 다양한 코인들 중에 실제로 이더리움을 능가한 경우는 별로 없다.  

 

<이더리움의 대체제 (EVM계열 코인) > 

한편으로는 오픈소스인 이더리움의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제한 기술 구조를 이용해서 사업 주체가 자기 목적에 맞게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동일한 소스코드이지만 이더리움의 경우 참여자가 워낙 많아서 분산 처리가 느린데 이들은 참여자가 적어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비유하자면 100,000명이 참석한 주주총회와 3명이 참석한 주주총회의 표결 처리 속도) 

 

이런 EVM 계열 코인들은 보통 "탈중앙화" 라는 상징적인 가치보다는, 코인의 실용성, 활용성 등에 중점을 둔 경우가 많다. 영업에도 적극적이다. 현실에서 이더리움은 "우리 월드컴퓨터를 사용하세요" 라는 영업을 스스로 하는 일이 없다. 이더리움이 회사가 아니므로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올리려고 하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EVM 계열의 사업자들은 소유주체가 명확하고, 그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한 많은 영업사원들이 있다. 

 

이건 비교하자면 동일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복제약을 여러 제약회사가 자기 전략에 맞게 파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복제약을 팔면 연구개발비가 덜 들고, 리스크도 낮으며, 어떻게 포장해서 어떻게 마케팅하고 유통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복제약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메가 히트를 치지는 못한다. EVM 계열의 코인들이 그렇다. 

 

- BNB/BSC :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사용하는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의 코인이다. 바이낸스의 거래소 고객 및 바이낸스에 상장하고 싶어하는 코인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영업한다.  

- 트론(TRON) : 중국에서 개발되었고, 중국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로 성장해나갔다.  

- 클레이튼 (Klay) : 카카오에서 발행한 코인. 한국의 대기업/게임사/블록체인/NFT 사업을 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 위믹스 (Wemix) : 위메이드에서 발행한 코인.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그 이외에 특히 아시아권에서 자신의 기술력으로 코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다수의 메인넷 프로젝트들은 사실은 EVM 계열인 경우가 많다. 이런 코인들은 사업자의 역량과 실적에 따라 가치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영미권에서는 이 방식이 잘 사용되지 않고 주로 동양권에서 많이들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더리움의 보완제 (L2/Layer2 코인) > 

이더리움의 느린 처리 속도 및 비싼 처리수수료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기술 프로젝트 들이다. 이들은 이더리움이라는 월드 컴퓨터에 자신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인프라를 연결해서, 이더리움의 단점(속도/처리비용)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비유하자면, 한국은행이 전 국민의 계좌를 혼자 관리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관리하자면 못할 것은 없지만 그 전산시스템은 엄청나게 무겁고 느리고 비효율적일 것이다. 인터넷 뱅킹으로 통장잔고를 한 번 보려면 30분이 걸리고, 이체를 한 번 실행하면 수수료가 10만원쯤 들 지도 모른다. 한국은행은 대신에 개별 은행에서 국민들의 계좌를 관리하도록 하고, 은행별로 보유한 총액만 관리한다. 여기서 한국은행은 이더리움, 개별 은행은 L2 또는 Layer2 코인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들로는 폴리곤(Polygon), 스타크넷(Starknet), 이뮤터블X(ImmutableX), 옵티미즘(Optimism), 아비트럼(Arbitrum) 등이 있다. 

 

<비즈니스/서비스 목표가 명확한 코인> 

위에서 설명한 이더리움 계열의 코인들은 대부분 AWS 와 같은, 또는 고속도로나 건물과 같은,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다. 이 인프라 위에서 여러가지 사업들이 나올 수 있다. 나스닥 기술주에 해당한다는 표현도 했다. 

 

반면 처음부터 용도를 명확하게 하고 있는 코인들도 있다. 이들은 특정한 사업영역에서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안점은 처리속도나 안정성 등의 인프라적인 측면이 아니라, 각자 사업의 비즈니스 성과에 맞춰진 경우가 많다. 

 

- 게임/컨텐츠 : 샌드박스(SAND), 액시인피니티(AXS), 디센트럴랜드(MANA), 갈라(Gala), 위믹스(Wemix) 

- 금융 계열 : 국제송금-리플 (XRP), 조각투자(RWA)-체인링크(LINK), 메이커(MKR), 센트리퓨즈(CFG), 폴리매쉬(Polyx) 

 

 

그리고 국내에서 개발된 다수의 김치코인들은 이 영역에 속한다. 대중이 알아듣기가 쉽기 때문에 (사기를 치기도 좀 더 쉽다) 비즈니스/서비스 중심으로 제시되는 코인들은 시가총액이 현저하게 낮고, 애초에 사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사업추진 주체가 도산해서 사라진 상황에서 코인만 남았지만 거래가 되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제 잘 모르는 코인은 투자하지 않고, 전체 투자액의 70% 이상은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분할매수 하는 것을 기본으로, 알트코인은 잘 아는 코인들에 소량만 투자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이나 코인게코, 쟁글 등의 정보 사이트에서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위권까지는 주목받는 코인, 100위까지는 (대부분) 실체가 있고 사업추진에 의지가 있는 코인, 100위 이하에서는 매우 조심하고 의심해야 하는 코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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