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종사자로서 떠들기

티맥스 윈도

by Cyprus 2009. 7. 9.
1. 현대 왕회장의 <하면 된다> 라는 슬로건은 우리나라 산업 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다.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 슬로건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여기에는 기술적 난관 등의 어려움도 있지만, 윤리나 도덕 등의 문제도 포함된다) 상당히 무관심하다. <하면 된다>의 성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면 된다>보다 더 좋은 전략이 있다. 일하는 사람에게 <안되면 됻된다>라는 관념을 심어주는거다. 안되면 짤려서 다섯 식구가 굶어죽는다든지 그런거. 그것을 체계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일단 질러놓고 뒷수습하기>다. 동전 하나로 조선소 하나를 수주 받기는 했는데 이 일을 어쩐다. 안되면 됻되니까 어떻게든 한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황우식 박사도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2. 더불어서 현대차의 성장의 원동력 하나로, 일본차 베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현대의 회사 마크나 영어 발음이 애초에 <혼다>를 흉내낸 건 아닐까. 일본 차 미국 차 뜯어서 거꾸로 조립해가면서 국산차, 의 탈을 쓰기는 했지만 베낀 것에 가까운 차들을 만들었(던 것 같)다.

3. 1번 전략은 동양적 특성인지 저개발국의 특성인지 헷갈린다. 2번은 대체로 해당 산업의 초창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둘 다 목적 달성에는 도움이 된다. 다만 과정상에는 무리가 따른다. 도덕적 문제도 있지만, 지적 재산권 문제도 있고, 사회 전체의 투명성과도 관련이 생긴다. 목적을 달성할 것이냐, 과정을 중시할 것이냐. (베끼기(점잖게 말하면 역공학)을 윤리의 문제로 연결시키기는 무리가 따른다.)

티맥스소프트는 1번과 2번이 동시에 적용된다. 1번이야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업용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소 회사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 일단 패키지 이름 걸고 계약을 따놓은 다음, 열나게 납품기한까지 개발해서 뒷수습하는 형태다. 그러니까 업계 관행이다. 2번에 대해서는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다. 티맥스의 베끼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발프레임워크와 관련해서 큐로컴과 법정분쟁이 있었고 업계에서는 티맥스의 어플리케이션 서버가 웹로직사의 제품을 역공학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 이번 윈도 프로젝트는 사방팔방에서 역공학의 증거가 속출하고 있는 것 같다.

4. 물론 역공학도 쉬운 거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무슨 조립식 마징가도 아니니 말이다. (아참,,, 마징가던가? -_-) 흔히 우리나라를 IT 강국이라고 떠들지만, 이건 네트워크 인프라나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IT 장비에 대한 이야기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전혀 강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은 조금 해보려다가 포기한 상태이고, 안랩이나 아래한글 등은 기반 소프트웨어라기보다 응용 소프트웨어다.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초창기의 현대자동차처럼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곳이 티맥스 소프트다. (게임업계쪽은 잘 모르겠다만, 그쪽도 기획이나 게임성의 승리이지 기술적 엔진은 수입해서 쓴다고 들은 듯?) 언젠가 그들은 일본차를 흉내내서 이제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 현대처럼, 언젠가는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꺼라고 생각한다. 나의 티맥스 소프트에 대한 기본 입장은 <응원>이다.

5. 그런데 눈에 안 보이는 B2B야 어떻게든 메꾸고 때워가며 진도를 뺄 수 있었지만, B2C는 어디 또 그런가, 왜 하필 거기에 덤볐나;;; -_-;;;  응원은 응원이지만, 개인적으로 그 운영체제 돈주고 사서 쓸 생각은 없고, 공공기관에 납품하겠다는데 그 기관 공무원들이 불쌍하다;;;

6. 내부적으로는 19세기식 방법으로 업무를 추진하더라도, 마케팅은 21세기처럼 해야 되지 않을까. 게다가 금번 행사에서 개발자 이혼이라는둥, 국산품 애용이라는 둥 떠들었다는데,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애초에 공공기관이 주 고객이니까 국산품 애용은 전혀 헛소리는 아니겠지만) 특히 개발자 이혼, 뭐 이따위 소리를 떠들어대는 건 상당한 문제가 있다. 야근을 일삼던(...) 우리나라 개발회사 해외 지사가 프랑스인가 어딘가에서 노동법 위반으로 고소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진위여부는 모르겠다) 외국에서 고소까지 당할 일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