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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종사자로서 떠들기

카카오 데이터센터 장애에 대한 생각

by Cyprus 2022. 10. 22.

1. 카카오가 10여년 전 처음 출시되었을 때, 세상은 카카오에 환호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문자 무료 제공 정도가 뭐가 그리 환호할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대중들이 크게 지지했고, 친근감을 가졌고, 애착을 가졌다. 그로부터 불과 10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강산이 바뀐다는게 이런 건가 싶다. 카카오는 사회악이 되었고 모두가 카카오의 만행을 증오하고 규탄한다. 

 

2. 사람들이 카카오를 규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사업의 성장 측면에서 내수 사업 중심으로만 사업을 확장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 또 하나는 경영 시스템에 체계가 없다는 점 - 쪼개기 상장, 경영진 스톡옵션 논란, 등등... 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카카오페이 상장 시 스톡옵션으로 시끄럽던 와중에도 카카오는 나름대로 꿋꿋하게 예전 기조를 지켰고, 사실 기업이 민심을 꼭 따라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고 할 문제인지는 잘 모르곘다. 그런데 막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고 보니 기존에 누적되었던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한 상황이라고 본다. 

 

3. 센터 장애와 복구 과정에 대해서는, 플랫폼 회사에서 만 대의 서버를 기획관리해본 경험으로는 이런 상황은 정말 최악으로 끔찍한 상황이다. 카카오 정도의 서비스 규모와 종류를 가지고 있다면 그 서비스는 거의 인체 신경계에 맞먹는 복잡도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관리될 수가 없는 수준의 복잡도인데다가 서비스 자체도 복잡하지만, 카카오처럼 수많은 회사를 분할상장하면서 인적 이동이 생기고 또 회사간 조직의 벽이 생기면서, 얼마나 내부가 복잡할 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네이버의 춘천 각 데이터센터에서 화제가 일어난다면, 카카오만큼은 아니지만 꽤 오랜 복구 시간이 걸릴 꺼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최소한 지금 광고되는 것처럼 2시간 이내 절체... 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 3에서 내가 언급한 것은 실무자의 입장에 가깝다. 실무자들은 쏟아지는 비난이 야속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할 것이다. 대중들의 지적은 사실 실무자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 IT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경영진이 뭘 했냐? 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겠다. 

 

5. 사방팔방에서 자칭 IT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DR에 대한 나름대로의 (제한된) 지식으로 떠드는 소리는 참 듣기 피곤하다. 그나마 원래 비전문가인 기자나 학자들의 이야기는 원래 그렇지 하면서 넘어가고, 금융권 Java 개발자 라든지 보안담당자 같은 사람들은 그들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를 하니 참아 주겠는데, 장비영업을 하는 사람, 비쥬얼 베이직  시절 개발하던 사람들까지 스스로 IT 전문가라고 나서면서 틀린 이야기를 장황하게 글로 남겨놓으면, 물론 그들이 일반인들보다 IT를 많이 아는 건 사실이지만 플랫폼 기업의 DR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읽다가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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