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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종사자로서 떠들기

개발자 취업시장 관찰기

by Cyprus 2020. 11. 14.

개발자 취업 시장이 뜨거워진 건 대략 5에서 10년 정도 된 것 같다.

 

이 블로그를 시작한 대략 15년쯤 전만 해도, 아니, 모바일 인터넷이 폭발한 뒤에도, 개발자는 그렇게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에 갑을병정무기경신을 읊어가며 착취 당하다가, 40세가 되면 관리직이나 영업을 하거나, 또는 닭집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하면, 그게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정색을 당하던 그런 직업이었다. IT, 특히 개발은 외주를 맡기는 일이었다. 경영컨설팅이나 법무자문 같은 전문가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건물 외벽 청소에 가까운 서비스였다. 건물 외벽 청소라고 전문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 일을 전문가 서비스로는 인식하지 않으니까. 

 

라떼는(^^) 개발자라는 것이 그렇게 구분된 직군도 아니었다. 개발자와 PM, 엔지니어, 기획자, QA 등을 대충 뭉뚱그려서 IT쪽에서 일한다고 했었는데, IT에서 일하는 사람도 이 업무 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생각했었다. 그만큼 산업이 성숙되지 않았었다는 이야기다.

 

당시에도 네이버, 다음, 엔씨 소프트 등의 회사가 있었지만 지금보다 덩치가 반의 반 정도에 불과했다. IT 산업의 근간을 이룬 것은 SI 사업자들이었고, 삼성 SDS, LG CNS를 위시해서 모기업의 덩치를 그대로 따라가는 순서로 SI 사업자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SI 산업은 여러 면에서 정상적인 산업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생각인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아무튼 SI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2000~2010년의 IT 사업은 하도 악명이 높아서, 늙은 사람은 탈출하고 젊은 사람은 진입하지 않았다. 여건이 좋은 회사에 있거나 또는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남았다.

 

나름 평화롭게 SI 시장에 남아서 일하던 분들께 모욕이 되려나.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니까. 그러나 아무튼 나중에 내 자식들에게 IT를 시키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 모바일 인터넷이 등장했다. 처음 몇 년간은 대형 방귀를 뀐 것처럼 시장이 들썩였다. 카톡이 국민 메신저가 되고 애니팡이 국민 게임이 되며 새로운 플랫폼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이 때는 뭐랄까, 개발자 입장에서는 방귀를 뀌는 것에 가까웠다. 소리도 요란하고 냄새도 요란했지만 건더기는 별로 없었다. 네이버, 다음 같은 회사들은 새 인력을 뽑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모바일로 전환배치를 했다. 여기저기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일선 개발자들에게 일자리가 직접 늘어나지는 않았다. 

 

이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무선이 유선의 규모를 증가하고,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일으키면서 흡수해나간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다. SK Telecom에서 인터넷 사업부문을 분할한 SK Planet이 2012년에 출범했고,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것이 2014년이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인력들을 뽑아댔다. 이후로 몇 년간, 어느 회사가 인력을 뽑는다더라, 어느 회사가 인력을 내보낸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지만 개발자 인력 채용 시장은 점점 더 채용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2020년 현재, B2C 서비스 업계의 네카라쿠배 =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등이 가장 좋은 회사로 꼽히고, 여기에다 삼성전자, SK 텔레콤,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신세계/이마트/롯데,  등의 전통산업, 은행, 증권사, 이제 유니콘이라고 불리우는 스타트업 등이 어마어마한 인력들을 뽑아댄다. 어학 능력이 되면 구글이나 아마존의 미국 법인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종종 보인다.

 

이렇게 개발자 수요가 늘면서, 개발자들은 과거 대비 훨씬 경력 개발에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주변 인맥을 통해서, 한 사람이 옮기면 다른 사람들이 우루루 따라서 이동하는 이직도 종종 보이고, 팀이 통째로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10여년 전 내가 외국계 IT 컨설팅 업계에 있을 때와 비슷해 보이는 패턴이다. 

 

내 경우도 이제 내가 이력서를 쓸 일보다 남의 이력서를 평가하고 심사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나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요즘 지원자들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탑티어의 IT 회사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세컨티어의 IT회사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어디서든 개발자 뽑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건 구직자 입장에서 반대로 말하면, 예전보다 훨씬 본인의 경력을 개발하기 쉬워졌다는 뜻이다. 첫단추를 잘 못 꿰어 경력의 시작이 별로 좋지 않았더라도 전보다 더 쉽게 좋은 회사로 경력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발자 구인으로 이미지 한 번 긁어보니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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